박원순(64) 서울시장이 10일 새벽 서울 북한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9일 오후 5시20분께 박 시장의 딸이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된 뒤 8시간여 만이다.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배경엔 비서실에서 일하던 직원으로부터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당한 상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박 시장이 실종되기 전날인 8일 경찰에 박 시장 성추행 혐의와 관련한 고소장이 접수됐다. 이튿날 새벽까지 고소인 조사가 진행됐다고 한다. 박 시장 비서로 일하던 직원 ㄱ씨는 변호사와 함께 한 경찰 조사에서 비서로 일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박 시장의 성추행이 이어져왔고,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박 시장이 개인적인 사진을 여러차례 보내왔다고 진술했다. ㄱ씨는 박 시장과 나눈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 내용을 비롯해 자신의 피해를 입증할 증거도 상당량 경찰에 제출하고, 자신 말고도 더 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있다고도 밝혔다고 전해졌다.
ㄱ씨의 이런 진술은 박 시장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박 시장은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해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권력기관 감시 △재벌개혁을 위한 소액주주 운동 △부적격 정치인 낙천·낙선운동 등을 진행하며 시민운동의 새 장을 열었다. 이보다 앞선 1993년 박 시장은 ‘성희롱은 불법 행위’라는 인식을 세상에 알린 ‘서울대 ㅇ조교 사건'의 공동 변호인이기도 했다. 성희롱으로 최초의 법적 공방이 벌어진 사건으로 당시 박 시장은 이종걸, 최은순 변호사와 함께 피해자 변호를 맡아 1998년 서울고법에서 “가해자 신아무개 교수가 ㅇ조교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