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아트센터, 심병건, 이선희 두 작가의 ‘유연함의 영속성 (The Permanence of Flexibility)’이라는 주제로 전시

  • 등록 2025.05.10 22: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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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수암골에 위치한 네오아트센터가 오는 514일부터 615일까지 심병건, 이선희 두 작가의 유연함의 영속성 (The Permanence of Flexibility)’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선보인다. 두 작가는 서로 금속과 유리를 사용하고 그 자체로 시간의 흐름, 기억의 흔적, 형태의 변이를 시각화하는 재료로써 각각이 가진 물리적 특성에 따라 유연함의 의미를 확장하고 변형한다. 흐르고 굳어지는 유리와 압력에 의해 변형되는 금속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그 속에서 생명력과 역사의 기억이 응축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1관과 3관에서 전시를 펼치는 심병건 작가는 강인한 금속판을 프레스 드로잉(Pressed Drawing)이라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압력을 가하여, 가장 단단한 재료에서 가장 유연한 형상을 끌어냄으로써 금속 내부에 잠재된 유기적 곡선과 감각의 리듬을 끌어낸다. 이는 단단한 재료 속에서 피어나는 유연함의 흔적이자, 물질에 새겨진 시간의 압력이다. 또한 유리는 흐르고, 부풀고, 굳어진다. 그 과정은 찰나지만, 형상은 시간을 품은 채 영속된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어떠한 외부 환경에도 변하지 않고 영구성을 유지하는 강함의 대명사인 스테인리스 스틸은 심병건 작가의 육중한 프레스에 의해 점묘법처럼 한 점 한 점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는 어떤 형태나 내용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마치 드로잉을 하듯 자기 생각을 막힘없이 펼쳐놓는다. 연필에 힘을 주면 농도가 짙어지고 힘을 빼면 옅어지듯, 이 프레스에 압력을 가하면 주름효과가 크고, 압력을 약간 주면 펴짐효과가 강조된다.

 

심병건 작가는 사람과 사람, 시대와 시대의 흐름 속에서 바뀌어가는 것을 기억하고자 작가의 육중한 프레스는 가느다란 선을 그리는 붓이 되었다고 말한다. 나아가 다루는 프레스의 섬세함은 이야기를 쓰는 타자기와 같다. 때론 스테인리스 강철판이 원고지일 수 있고, 화음을 내는 악보일 수 있다. 수평의 금속판을 망치질하는 장면을 연상한다면, 타악기의 파장 또는 공명을 느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청각적으로 전달되는 화음의 음표들이 원초적일 수 있지만, 분명 리듬을 기록하고 시간을 저장한 것이다. 순간에 나에게 맡긴 재료들은 인위적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또 하나의 세계를 탄생시킨다고 전한다.

 

2관에서 유리를 사용하여 전시를 진행하는 이선희 작가는 투명하고 섬세한 유리를 열과 중력을 통해 흐르게 하고, 그 움직임과 빛의 굴절을 통해 유리의 이면을 보게 하는 것에 대한 고정된 형상으로 응축한다. 각각의 재료가 품고 있는 움직임은 정지된 시간 속에서도 계속해서 숨 쉬며, 흐르고 있다.

 

이선희 작가는 유리는 모래와 불에서 태어나고, 자연의 산물에서 인공적인 손길이 가해져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그 근원에는 지구의 원소가 살아있다, 자연과 문명의 중간지점에서, 인간 너머의 시간성을 품고 있는 유리에 대한 애착을 보인다. 또한 그것은 자연처럼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늘 같은 형태지만 빛과 그림자, 배경과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달리한다. 따라서 유리에 투과된 햇빛과 그림자, 그리고 굴절된 색채들은 자연과 유리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두 세계가 하나로 섞이는 순간을 만들어낸다고 전한다.

 

이선희 작가는 작품에서 보이지 않으면서도 존재하는 것을 가시화하는 매개체로서의 유리의 투명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빛이 유리의 표면과 내부를 타고 흘러 다니는 듯한 느낌은 정적인 오브제 안에 동적인 감각을 부여하기도 한다. 자연을 닮은, 그래서 바라보는 방식과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투명한 유리를 하나의 형태로 담아, 단순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을 보게 하는 것이 작가가 함께 나누고 싶은 부분이다.

 

두 작가는 이 상반된 재료들을 통해, 고정되지 않기에 오히려 지속되는 존재의 역설을 시각화한다. 이 전시는 유연함이 단지 흐름의 형태가 아닌, 본질임을 말한다. 따라서 유연함의 영속성은 물질을 넘어서 감각, 시간, 그리고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위 전시는 네오아트센터에서 월요일 휴관을 제외한 날에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전시를 관람하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다.

연규식 yks28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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